‘골방의 기도’와 ‘골고다의 기도’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16-11-25 12:52     조회 : 3872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한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로마의 역사에서 권력을 잡는 데 실패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지만, 권력을 손에 넣은 자들은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냉정하게 보았다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래 첨부한 사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설의 논리는 앞으로 청와대와 대통령 변호인이 펼 방어 논리이자, 헌법재판관들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하려 할 때 사용할 중요한 논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대개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냉정하게 볼 때, 헌법재판관들의 다수는 신뢰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법 정의를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무너뜨려온 자들입니다. 어떤 헌법학자들은 이 정도의 혐의이면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심판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만, 그것은 역사를 ‘합리성’으로만 바라보는 순진한 말입니다.

불행히도 역사는 지금까지 중요한 선택의 길목들에서 그런 ‘합리성’보다는 오히려 ‘악’이 더 강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악’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어떤 것이, 역사의 변곡점마다에서 매우 강력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쳐온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적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도 없고 또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이 말은 뒤집어 표현하면, 기적이 있을 경우,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결정할 것이므로, 우리는 그 기적을 바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만약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한다면, 분노한 촛불 시민이 들고 일어나 박근혜 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게 될 것이며 헌법재판소 역시 해체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결정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면죄부로 내세우며, 다시 검찰을 장악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촛불 집회를 강력하게 탄압하며,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계엄령으로 군대를 기꺼이 동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렇게 하고도 남을 사람들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군부의 선택인데, 지금까지 군부가 보인 태도로 판단할 때 현 군부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결정이 내려진다면, 헌법 수호와 국가 수호를 명분으로 대통령 편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군부가 가장 신경 쓰고 추종하는 미국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결정이 내려진다면, 불간섭을 명분으로 계엄령을 묵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과연 촛불 시민이 군대를 이길 수 있을까요?

마오쩌뚱과 김일성과 체 게바라가 주장하고 견지한 현실주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현실주의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무장한 경찰과 군대 앞에서 무장하지 않고 돌이나 던지는 학생 시위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총을 잡은 것입니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이 권력의 본질이 지금 민주화된 세상이라고 해서 과연 달라졌을까요? 그렇게 되었기를 희망할 수는 있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 그렇지 않다고 보입니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촛불 시민이 총을 들고 일어날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무장 봉기한다고 해서 군대를 이길 수 있을까요? 그건 모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기적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분노한 촛불 시민이 들고 일어나 박근혜 정권을 타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는 절망할 필요도 없고 또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이 말 역시 뒤집어 표현하면, 기적이 있을 경우, 박근혜 정권은 타도될 것이므로, 우리는 그 기적을 바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박근혜 정권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 연말의 대선에 희망을 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게 될 수도 있지만, 정치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의 대선 역시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대선 후보들과 정치 세력들이 어떻게 합종연횡하며 정계 개편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도 다시 살아나서 권력을 장악하거나 최소한 분점할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계엄령이 발동되고, 그 상황에서 권력의 맛을 보고 권력을 탐하게 된 신군부가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한국 사회에는 심대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부패와 절망이 사회를 뒤덮게 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전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들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선한 뜻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을 이기기에는 힘이 모자란 인간의 무력함을 하나님 앞에 겸손히 인정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거나 군부가 가만히 있다면, 그래서 순적하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더 나아가 교회와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부패가 일소되고 개혁이 이루어지며 가난한 사람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은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비극적 상황이 닥쳐야만 우리의 기도가 간절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혜는 평강 가운데 의에 이르는 것입니다. 최선의 기도는 “평강 가운데 의에 이르게 해 주소서”입니다.

그런데 기도에는 ‘골방의 기도’와 ‘골고다의 기도’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골방이 의미하는 혼자만의 장소에서 주로 기도를 하셨습니다. 또한 제자들뿐만 아니라 적대 세력이 모두 함께 모인 골고다에서도 기도하셨습니다.

골고다는 십자가 처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려고 무리들이 모인 ‘광장’이었습니다. 그 광장에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뜻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하나님께 기도하신 것처럼,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의 뜻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광장에서 기도할 수 있습니다.

‘골방의 기도’와 ‘골고다의 기도’는 모두 중요합니다. 칸트의 명제를 빗대어 표현하면, ‘골방의 기도’가 없는 ‘골고다의 기도’는 공허하고, 반대로 ‘골고다의 기도’가 없는 ‘골방의 기도’는 맹목입니다.

기도에서 장소는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곳’이 아니라 ‘때’입니다. 이는 마치 사마리아 여인이 예배할 ‘곳’을 중시할 때, 예수님은 예배할 ‘때’로 교정해 주신 것과 같습니다. 전도서 말씀처럼 ‘때에 맞게’(時中)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때에 맞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지금은 ‘연합된 기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현 정국을 정의롭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탄의 세력을 쫓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마가복음 9:29).

그런데 문제는 일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이슈에 대해 평상시에 신학적 사고와 현장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 개인별로 기도하기도 어렵고, 또 교회들 역시 각 교회별로 기도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에반젤리칼과 에큐메니칼의 그리스도인들이 연합하여 함께 모여, 잘 준비된 설교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합심하여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설교자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그 설교자는 하나님의 영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만한 사람, 역사와 사회와 교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 기도의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연합 시국 기도회>를 개최하면 좋겠습니다. 기도회를 빙자한 시위도 아니고, 목회자들만 주로 참석하는 기도회도 아니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정말로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하기 위해 각 교회들이 연합하여, 목회자뿐만 아니라 온 성도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그런 <연합 시국 기도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회를 한 다음 시위에 나서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소는 광장이어도 좋고, 교회 예배당이어도 좋습니다. 시간은 토요일 오후도 좋고, 주일 오후도 좋습니다. 함께 모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수만 있다면 다 좋습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11228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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