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을 생각한다면, 한-미 FTA 반대!(김선)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08-04-28 13:35     조회 : 10145    
약값을 생각한다면, 한-미 FTA 반대!
- 특허권에 우선하는 의약품 접근권

김선(향린교회한미FTA대책위 회원, 약사)

[대화 1]
환자 : "약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약사 : "비싼 약이 들어있어요. 이거 하나 값이 나머지 약 다 합한 것보다 비싸요."

[대화 2]
환자 : "약이 없다고요?"
약사 : "네. 이 약은 저희 약국에 없는 약이네요. 대신에 대체조제 되는 다른 약이 있는데요, 이 약의 '오리지널'이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요."
환자 : "그럼 그걸로 주세요."

약값이 비싸서 사람이 죽어 가는데도...

약국 안에서 자주 벌어지는 대화들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값이 몇 천원만 넘어가도 금세 민감하게 반응한다.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나면 사실 2~3일 약값으로 몇 천원이 넘어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번째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다. 복제약을 오리지널약으로 바꾸는 경우는 문제가 덜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대부분 찜찜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러나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을 거친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과 성분, 용량 뿐 아니라 효능도 같다고 입증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보다 저렴하다. 20년이나 되는 특허 보호 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오리지널약의 독점 판매권이 없어지고 수많은 제약 회사가 같은 약을 만드니 가격이 인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2005년 건강보험 청구 순위 2위였던 혈전 치료제 ‘플라빅스’(사노피-아벤티스)(2006년 태국에서 강제실시(주1)를 발동하기도 했던 약이다)는 보험가가 1정 당 2168원이다. 대체조제가 가능한 복제약 ‘프라빅’(신일)은 보험가가 1정 당 634원. 무려 3.5배의 차이다. 복제약의 미덕은 단순히 그 자체가 '싸다' 차원을 넘어선다. 복제약의 출시로 인해 오리지널약의 가격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약품 접근권, 다시 말해 건강권에 관한 이야기다. 굳이 헌법에 보장된 '건강할 권리'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단지 '재수가 없어서' 아픈 것인가?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서' 아픈 것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돈 없는 사람들은 더 병에 잘 걸리고 병에 걸리면 더 많이 죽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그들의 잘못인가? 여기서,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자본주의 시장 원리로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와 사회가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의약품 분야의 핵심은 의약품의 공공재 성격과 다국적 제약회사의 돈벌이의 대립

환자의 생명 유지 수단이자 질병 치료의 가장 쉽고 중요한 한 축인 의약품. 의약품은 다른 소비재와 달리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다른 소비재로 대체할 수도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의약품에 대한 개념 규정은 의약품이 자체의 상품적 의미를 넘어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서 공공적 재화로 기능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좋은 약이 있으면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약이 개발되면 인류의 건강이 비약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약이 있다고 해서 건강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좋은 약도 중요하지만 공적 제도를 통해 '이익 중심'으로 약이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약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약의 사용권을 제한당하는 것은 결국 경제적인 문제다. 그리고 그것은 한 국가를 넘어서 국가 간,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그런 예다. 한-미 FTA는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 지적재산권을 더 확실하게 보장해 주었다. 이를 통해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국 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약값도 높이고, 복제약도 견제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모든 토끼를 놓쳤다. 약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들 모두가 손해를 보고, 건강 보험 재정도 파탄 나게 되었다. 희귀병, 난치병 환자들은 목숨을 위협받는다. 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 산업들은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혹자는 "개방과 자유 경쟁은 대세 아닌가? 한-미 FTA를 하면 잘 살게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한다. 단언컨대, 의약품에 관해서는 '잘 살게 되지 못 한다'. 개방과 '자유' 경쟁을 했을 때, 경쟁력이 있으면 경쟁 효과, 경쟁력이 격차가 크면 경쟁 역효과(독점)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제까지 한국 제약 회사는 복제약만 만들어서야 되겠느냐, 우리도 혁신 신약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었으니 혁신 신약을 제조해서 당당하게 세계 시장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자본이 미국 자본, 다국적 자본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제약회사 동아제약의 매출은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100분의 1이다. 우리나라에는 장기 모험자본 시장이 없다. 또 약을 만들 전문가도 필요하다. 기초 연구소를 만들어서 적어도 10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제도만 바꾼다고 선진 경제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약가 적정화 방안’의 무력화

한-미 FTA 의약품 관련 협정은 두 분야에 걸쳐있다.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와 '지적 재산권' 분야가 그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서 정부가 미국에 내준 것들을 보자. 첫 번째로, 경쟁적 시장 도출 가격을 명문화 하였다. 이전에도 혁신적이다 생각하는 신약이 들어오면 선진국 7개국 약값을 평균내서 약 80%까지 약값으로 해 주었다. 이것을 '경쟁적 시장 도출 가격'으로 표현만 바꾸어 명문화 한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는 몇 개 안 되는(2007년 현재 글리벡을 포함하여 총 13개) 혁신적 신약들에 적용되던 것이, 한-미 FTA 이후에는 앞으로 나올 수백 수천 개의 모든 신약에 다 적용된다. 두 번째로 내준 모든 특허 의약품의 혁신성 인정 때문이다. 과연 모든 특허 의약품은 혁신적인가? 미 식품의약청의 특허 의약품 중 10~15%만이 다른 약보다 임상적 효과가 큰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지만 지금의 법제도는 약이 허가를 받으려면 효과가 있기만 하면 되지, 그 약이 이전 약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약가 적정화 방안'을 추진했던 것이고, 한-미 FTA 협상 과정 중 우리 정부의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에 대한 미국의 반대는 역으로 '혁신적' 신약의 허구성을 반증한다. 세 번째로는 보험 등재 및 약가 결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개입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의약품 분야에 규정된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주2)'와 '독립적 이의제기 기구(주3)'부터 시작해서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제소제(주4)'와 '비위반 제소(주5)'까지 이어지는 몇 중의 장치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서 우리 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은 모든 힘을 잃게 된다.

여기서 왜 ‘약가 적정화 방안’이 중요한지 설명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우리나라 건강 보험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선진국의 15~20%에 비해 월등히 높아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와 그에 따른 보험료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효능이 괜찮은 동시에 약값도 적정한 약품을 선별하여 건강보험 처리가 가능한 목록에 넣겠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이다. 이렇게 하면 효능 입증도 되지 않으면서 값만 비싼 신약에 건강보험료를 지출하지 않을 수 있어서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을 함께 지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오리지널약의 맹주국인 미국은 미국산 신약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고, 위에서 설명한 여러 방안을 통해 이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의약품 지적 재산권 분야의 독소 조항

'지적 재산권' 분야에서 정부가 미국에 내준 것들을 보자. 첫 번째로, 허가-특허 연계(주6)를 수용하여 특허 기간 연장 효과를 보장했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막는 의약품 관련 지적 재산권 협정의 대표적 독소 조항이다. 말 그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의약품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이 기존의 다른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한 다음에 허가를 내주라는 뜻이다. 따라서 허가-특허 연계로 연장되는 특허권 기간은 단지 특허 소송 기간 동안만이 아니라 기존 특허 의약품의 특허 기간 전체에 해당한다. 특히 소송의 부담 때문에 복제약 허가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점, 특허 의약품 사의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 greening) 효과(주7)'를 노린 특허권 신청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동일 의약품 및 유사 의약품 자료 독점권을 수용했다. 종전에는 중소 제약회사가 약을 미리 만들어 놓고 특허가 끝나자마자 판매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약을 미리 연구해서 만들 수 있도록 자료를 열람하고 취득할 수 있었던 제도 때문인데, 한-미 FTA에서는 이것을 시판 승인일로부터 5년에서 10년간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일 의약품에 대한 자료 독점권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서는 유사 의약품, 즉 개량 신약으로까지 자료 독점권의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사실상 개량 신약의 출시가 5년 이상 늦어지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오리지널약의 특허기간이 5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또한, 자료 독점권의 인정은 정부가 이번 FTA 협상에서 지켜냈다고 자랑하는 강제실시권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현재의 의약품 특허는 '진짜 혁신'에 대한 보상 제도로서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독점을 유지시킴으로써 의약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저해하며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제도로 전락하였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이후부터 자국의 통상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전 세계적 규모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요청해 왔다. 한-미 FTA에서는 지적재산권을 한편으로는 TRIPs(무역관련지재권협정) 그 자체를 통해 과잉보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의 일종으로 분류함으로써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렇게 보호주의 장벽을 치면서, 겉으로는 '자유' 무역하자고 하는 것이다.

WTO(세계무역기구)는 'TRIPs 협정과 공중 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문(2001)'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보다 회원국 민중들의 의약품 접근권과 건강권이 우선함을 재차 확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것은 단순한 한-미간 국익 다툼이 아니다. '자유' 경쟁에 맡길 수 없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한다.




1) 특허권자 외의 제 3자에게 특허권의 사용을 허락하는 것.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국가 긴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 강제실시를 허용한다. 의약 발명의 경우 강제실시를 하게 되면, 국영기업이 약품을 생산하여 무상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고, 제3의 제약회사가 정부 허락을 얻어 저가의 복제약 판매가 가능하다. 강제실시를 하는 경우에도 특허권자에게 합당한 보상은 하게 된다.

2) 미국의 통상 공무원이 한국의 통상 공무원과 공동으로 의장으로 있게 된다. 문제가 있으면 양국이 협의해서 실무 작업반을 구성하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

3)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

4) 한국 정부의 정책으로 미국 기업이 손해를 보면 물어주도록 하는 장치다. 따라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모든 정책은 그 분야의 미국 기업이 들어오면 못하게 된다. 공무원들은 제소를 당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규제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5) 말 그대로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어도 앞으로 시장에 심각한 위협이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나 행위들이라고 판단되기만 해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6) 연계 제도가 없을 때, 복제약이 식약청의 심사과정을 밟고 있으면 특허권자 스스로 특허 침해 행위를 감시하고 소송을 통해 후발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되면 특허권을 가진 제약회사가 다양한 특허를 식약청에 통보하기만 하면 식약청이 복제약의 시판 허가를 알아서 막아준다.

7) 제약회사들은 가능한 많은 특허를 식약청에 통보함으로써 복제약의 생산을 막으려 할 것이다. 하나의 의약품에 대해 하나의 특허만 등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형을 바꾸거나 구조를 조금 변경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특허를 계속 등재하면, 연계되는 특허는 ‘늘(ever)’ 살아있게 된다.


참고자료

[한미 FTA 협정문 분석 종합 보고서] 중 [보건의료], 우석균(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2007
[제약회사, 포장된 휴머니즘], 정동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조직국 홍보팀장), [2008 보건의료진보포럼 자료집] 중, 2008
[낯선 식민지, 한미 FTA], 이해영, 메이데이, 2006
[정태인이 바라본 세상 : 한-미 FTA 10년, 건강보험 없어진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중, 철수와 영희, 2007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강주성, 프레시안북, 2007
[당신이 머리 아픈 건 남보다 더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끝지, [참세상], 20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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