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묵상] 시편 1권, 악인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21-01-04 14:12     조회 : 955    
시편은 모두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제1권은 시편 1편부터 41편까지이다. 그런데 이 1권에는 악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악인이라는 단어가 시편 전체에 걸쳐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 1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럼 이 악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시편 1권에서 악인들의 정체를 밝혀보자.

시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한다(1절). 그럼 악인들의 꾀는 무엇인가? 그 단서가 되는 본문이 시 36편이다.

시 36:4-11, “4.그는 그의 침상에서 죄악을 꾀하며 스스로 악한 길에 서고 악을 거절하지 아니하는도다.……11.교만한 자의 발이 내게 이르지 못하게 하시며 악인들의 손이 나를 쫓아내지 못하게 하소서.”

여기서 시인은 악인은 그의 침상에서 죄악을 꾀한다고 말하고, 그 악인의 손이 시인 자신을 쫓아내지 못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따라서 악인이 침상에서 꾀하는 죄악이란 시인과 같은 사람들을 쫓아내는 죄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서 쫓아낸다는 것일까? 바로 땅과 집이다. 힘없는 사람들을 그들의 땅과 집에서 쫓아내는 죄악을 악인들이 자기들의 침상에서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본문이 바로 미가서이다.

미 2:1-2, “1.그들이 침상에서 죄를 꾀하며 악을 꾸미고 날이 밝으면 그 손에 힘이 있으므로 그것을 행하는 자는 화 있을진저 2.밭들을 탐하여 빼앗고 집들을 탐하여 차지하니 그들이 남자와 그의 집과 사람과 그의 산업을 강탈하도다.”

1절에서 “그들이 침상에서 죄를 꾀하며”라는 구절은 시 36:4, “그는 그의 침상에서 죄악을 꾀하며”와 거의 동일하다. 그럼 악인들은 침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꾀하는가? 바로 힘없는 사람들의 밭들을 탐하여 빼앗고 집들을 탐하여 차지하는 죄악을 꾀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이 결코 따르지 말아야 할 악인의 꾀란 힘없는 사람들의 땅과 집을 탐하여 빼앗아 차지하려는 꾀인 것이다. 이어서 시 1편은 이런 악한 죄악을 꾀하는 악인들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아서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한다고 엄중히 경고한다(4-5절). 이런 악인들의 길은 한마디로 망하는 길이다(6절).

여기서 악인은 힘없는 사람들의 땅과 집을 탐하여 빼앗아 차지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악인의 정체를 잘 보여주는 본문이 시편 1권에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시 17편이다.

시 17편에서 악인들은 “주께 피하는 자들을 그 일어나 치는 자들”(7절)이다. 그들은 시인과 같은 힘없는 사람들을 압제하며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원수들로서(9절), 은밀한 곳에 엎드린 사자처럼(12절) 힘없는 사람들을 에워싸서 노려보고 땅에 넘어뜨리려 하는 자들이다(11절). 또한 그들의 마음은 교만하고 그들의 말도 교만하다(10절). 한마디로 교만한 자들이다. 그런데 이 악인들의 교만은 어디서 유래할까? 바로 그들이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 갖고 있는 드넓은 땅에서 유래한다. 그들은 그 땅이 너무 넓어서 생전에 자기 어린 아이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이것이 14절의 의미이다.

개역개정성경에서 14절의 번역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그것을 정확하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여호와여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그들의 분깃(땅)을 받은(물려주는) 사람들에게서 주의 손으로 나를 구하소서. 그들은 주의 재물로 배를 채우고 자녀로 만족하고 그들의 남은 산업(땅)을 그들의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자니이다.” 

상반절에서 ‘받은’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애초에 없는데, 번역자가 임의로 넣은 것이다. 그런데 문맥상 ‘받은’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동안 자기들의 땅을 분깃으로 ‘물려받는’ 것은 악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기 때문이다. 14절의 의미가 제대로 통하려면 오직 악인에게만 해당되는 독특한 행위라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동안 자기들의 땅을 분깃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상반절의 공백을 '물려주는'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는 하반절에 '물려주는'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기한 것처럼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 땅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물려주는 것이 될 때 그것이 악인에게 독특한 행위가 된다. 왜냐하면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반적인 토지 상속 관행에서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땅을 분깃으로 물려주는 시점은 아버지가 죽은 후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땅을 물려주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인 것이다. 더구나 그 아들들이 장성한 청장년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라면,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땅을 그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반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의 남은 산업(땅)을 그들의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자니이다.”

여기서 남은 산업 곧 남은 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남은 산업’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예테르’의 기본 의미에는 '초과분'(excess)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따라서 남은 산업 곧 남은 땅이란, 악인들이 자기들의 기업으로 조상들로부터 합법적으로 물려받을 권리가 있는 가문의 원래 땅이 아니라, 그 땅을 '초과하여' 불법적으로 획득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땅인 것이다. 바로 그 땅을 악인들이 자기들이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할까? 그것은 그 땅이 너무 넓어서 자기 어린 아이들에게 미리 물려주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중반절의 “자녀로 만족하고”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악인들은 이런 행위를 통해 자기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가족 간의 정을 끈끈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부동산 부자들이 자기 부동산 가운데 건물 하나씩을 미리 어린 자녀나 어린 손자 손녀들에게 물려주면서 그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모두 갖게 함으로써 가족 간의 정을 끈끈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중반절, "주의 재물로 배를 채우고"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악인들은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드넓은 땅에서 나오는 막대한 재물로 자기들의 배를 채우는 자들이다. 이처럼 악인들은 땅과 재물이 많고, 그래서 그들은 교만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불의하게 취득한 땅과 재물을 믿고 교만한 마음으로 교만하게 말하는 것이다(10절). 또한 악인들은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땅과 집을 빼앗으려는 악한 꾀를 실현하기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가 심지어는 피를 흘려 죽이기까지 한다(9절).

요컨대 시편 1권에 나오는 악인들은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땅과 집을 빼앗아 부유해지고 교만해진 자들이다. 그들은 자기 침상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땅과 집을 빼앗으려는 죄를 꾀하고 그것을 실행하여 힘없는 사람들을 그들의 땅과 집에서 쫓아내거나 심지어는 죽이고 그 땅과 집을 자기들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 땅과 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준다.

그러나 복 있는 사람은 이런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악인들은 바람에 나는 겨처럼 하나님의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인들의 길은 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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