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묵상] 회개에 합당한 열매: 만나 공동체=희년 공동체=하나님의 나라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21-01-09 07:55     조회 : 983    
세례 요한이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아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촉구할 때, 그가 촉구한 회개의 핵심은 바로 경제적 차원의 회개, 곧 재물의 회개였다(눅 3:7-14). 그런데 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구분된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 시대에 적용하면, 집 두 채 있는 자는 집 없는 자에게 나눠 주어야 하고, 땅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리들은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 것이고, 군인들은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 것이다. 우리 시대에 적용하면, 건물주들은 그 건물에 세를 든 서민들에게 전세나 월세를 폭등시켜 거두지 말아야 하고,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여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강탈하지 말아야 한다.

세례 요한이 이처럼 재물의 회개를 촉구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 먹을 것이 없고 옷이 없는 가난한 사람의 그 비참한 처지를 하나님은 헤아리실 뿐만 아니라 중요하게 보셨다. 또 불의한 세리들과 군인들에게 강탈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하나님은 아실뿐만 아니라 중요하게 여기셨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마음을 세례 요한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재물의 회개를 명한 것이다.

또 세례 요한이 재물의 회개를 촉구한 것은, 다가올 새 출애굽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먼저 이루기 위해서였다. 세례 요한이 촉구한 재물의 회개가 이루어진 공동체는 다름 아닌 만나 공동체, 곧 희년 공동체이다. 광야에서 주의 길, 곧 새 출애굽을 준비하는 자로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바로 광야에서 세례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면서 재물의 회개를 촉구했다.

왜 광야인가? 그것은 바로 광야에서 출애굽 이스라엘이 만나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은 하나님이 광야에서 내려주신 만나를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출 16:18) 거둔 출애굽 이스라엘의 ‘만나 공동체’를 당대에 재물의 회개를 통해 이루는 것이야말로 머지않아 올 주의 길, 곧 새 출애굽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만나 공동체는 바로 희년 공동체와 일맥상통한다. 출애굽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만나 공동체를 이룬 것처럼, 약속의 땅에서는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 둘의 차이는 땅을 기업으로 받지 않았느냐 아니면 받았느냐의 차이이다. 광야에서는 아직 땅을 기업으로 받지 못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므로 하나님이 만나를 내려주셨지만,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는 땅을 기업으로 받게 되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므로 만나가 끊어졌다.

그리고 하나님은 만나 대신 희년을 제정하여 주셨다. 땅을 잃고 몸이 팔린 가난한 사람이 희년에 땅과 자유를 모두 되찾게 하심으로써, 출애굽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이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 자기 기업인 땅에서 농사를 지어 그 양식을 먹게 하셨다. 하나님은 출애굽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만나 공동체를 이룬 것처럼, 약속의 땅에서는 희년 공동체를 이루게 하신 것이다.

그런데 이 만나 공동체와 희년 공동체는 다가올 새 출애굽의 세상, 곧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하여 경제적인 차원에서 먼저 실현하는 것이다. 세례 요한은 재물의 회개를 촉구함으로써, 당대 이스라엘이 새 출애굽 세상의 경제 윤리를 미리 실현하여, 장차 올 새 출애굽을 준비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례 요한에게 이스라엘의 회개, 특히 재물의 회개가 주의 길을 준비하는 사역의 중심이 되었던 이유이다.

요컨대, 세례 요한이 재물의 회개를 촉구한 것은, 그가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없이 힘 있는 자들에게 수탈당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품었기 때문이고, 또 당대 이스라엘이 만나 공동체와 희년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하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세례 요한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품고, 우리 시대에 만나 공동체와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 종말론적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품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하여 준비한다는 소망과 각오로, 재물의 회개를 우리 스스로 먼저 실천해야 하고, 또 세례 요한처럼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재물의 회개를 촉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 길이 우리 자신도 살고 가난한 사람들도 살고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도 사는 길이다.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게 될 것이다. 세례 요한 당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비록 세례 요한에게 나아와 회개의 세례를 받기는 받았지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철저한 회개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님을 죽였다. 그래서 결국 예루살렘 성이 무너지고 성전이 파괴되는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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