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 메시아 선언과 옛 이야기 2] 노숙인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21-01-15 19:03     조회 : 1093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니 20년도 더 된 일이다. 1990년대 내내 나는 통일에 미쳐있었다. 통일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고등학생 때 읽고, 수난의 민족사에 깊이 탄식하며 우리 겨레가 분단이라는 고난의 잔을 마신 것은 장차 이룰 통일이 당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세계 인류 앞에 그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모범이 되는 통일한국을 이루는 데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통일한국의 대안 경제체제가 무엇인지 간절히 찾았다. 그러다가 1995년 여름, 한국헨리조지협회가 서울에서 몇 주 동안 진행한 토지학교에서 그 길을 발견했을 때는 어둠 가운데 한 줄기 빛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 나는 북한의 실패한 사회주의와 남한의 잔혹한 자본주의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체제가 무엇인지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 토지학교에서 한국헨리조지협회 회장이던 이풍 박사(경제학, 몇 해 후 중앙아시아 K국 선교사로 헌신)의 강의를 듣고, 헨리 조지의 대안이 어떻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을 모두 극복하면서, 경제학에서는 상충(trade-off)관계에 있는 난제로 말하는 ‘생산의 효율성’과 ‘분배의 형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탁월한 대안이 되는지 합리적으로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때 바로 한국헨리조지협회 간사로 헌신하여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 나는 통일318기도회라는 이름의 기도모임에서 기도를 배웠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기도 동지들이 함께 모여 한국 교회를 위해, 민족의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모임에서 이사야 58장의 말씀이 내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사 58:6-7, “6.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7.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은 한마디로 정의(6절)와 자비(7절)를 행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 7절의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라는 말씀에 주목하게 되었다. 집 없이 유리하는 빈민을 생각하니 노숙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문에서 그렇게 정의와 자비를 행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특별히 약속하신 말씀에 주목하게 되었다.

사 58:8-9상, “8.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9.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특히 9절의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라는 약속의 말씀이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 말씀은 정의와 자비를 행하는 사람이 기도하면 그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신다는 약속이다. 당시 나는 매주 그 기도모임에서 동지들과 함께 통일한국을 예수님의 나라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 기초가 되는 경제체제에 대해서는 헨리 조지의 대안이 실현되는 나라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런 내게 이사야 58장 본문에서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는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라는 말씀이 기도 가운데 아로새겨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시 내가 살고 있던 헬라어로 ‘왕국’이라는 뜻인 바실레이아(내수동교회 대학부 형제공동체)에 돌아와 형제들에게 이사야 58장의 말씀을 나누고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맞아들이자고 제안했다.

그 당시 예닐곱 명의 우리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즐거이 순종하는 것을 훈련하며 실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봉천동의 방 두개짜리 반지하방이었지만, 매일 밤 예배를 드리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유쾌하고 자비로운 마음들이 흘러넘쳤고, 사도행전 2장과 4장의 초대교회처럼 “내 것 네 것 없이 필요에 따라 나눠쓰자”고 결의하고 각자 갖고 있던 돈을 모두 한 서랍에 넣고 각자 필요한대로 자유롭게 사용했다. 형제들은 내 제안에 동의했고, 그래서 서울역에 가서 나이 지긋하신 노숙인에게 함께 살자고 말씀드리고 모셔왔다.

깨끗이 목욕을 하시게 하고 깨끗한 속옷과 겉옷을 모두 챙겨 드렸다. 함께 식사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그 분이 갑자기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하늘의 말씀으로 받았다. 그 분에게 우리 서랍을 열어 돈을 보여드리며 필요하신 대로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우리가 한 달 동안 생활해야 할 돈이니 그 점만 유념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이틀 후인가 주일이 되어 그 분을 모시고 내수동교회에 가서 11시 예배를 함께 드리고 함께 교회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후 대학부 예배에 참석하고 그 분은 바실레이아로 돌아갔다. 저녁에 돌아왔을 때, 그 분은 안 계셨고 서랍의 돈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전날 소주병을 갖고 계신 것을 보았었는데, 그 분이 돈을 가지고 떠난 것은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분을 보면서 전인(全人) 구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절감했다. 한 인간은 단지 가난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나 질병과 같은 육체적인 문제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나 영적인 문제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록 그 분은 사흘 만에 우리를 떠났지만, 우리는 그 분을 원망하지 않았고 하나님께 그 분을 위해 기도했다.

당시에 우리가 순종하고자 했던 본문인 이사야 58장이 바로 나사렛 메시아 선언의 근거가 되는 희년 연관 본문이라는 사실을 나는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나사렛 메시아 선언 본문인 누가복음 4:18-19은 예수님이 이사야 61:1-2절의 대부분의 구절들을 주(主)로 하고 거기에 없는 이사야 58:6-7의 한 구절(“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을 보(補)로 하여 통합 인용하신 본문이다.

지금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들은 스스로 희년 정신을 실천하면서 하나님께 교회와 국가와 민족과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희년의 사람들’을 중히 여기시고 그들의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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