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신비 1] 지하철에서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21-01-17 12:18     조회 : 1017    
그리스도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다.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예수님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나도 살면서 억울하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매장당한 적이 몇 번 있다. 몇해 전에도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첫날은 너무 힘들어서 지옥과 같았다. 분노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다음날 병원 중환자실에 가서 사경 중에 있던 한 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그 가족을 위로한 후 돌아오는 지하철 열차 안에서도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그날 아침 대도(代禱)를 드릴 때 암송한 빌립보서 2장의 ‘그리스도 찬가’가 떠올랐다.

빌 2:5-11, “5.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6.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이 말씀은 20여 년 전인 1999년 봄에 내가 예수원에서 3개월 동안 지원훈련을 받을 때, 점심 대도를 인도하던 한 형제님이 삼종(三鐘)의 은은한 종소리와 더불어 읽은 묵상 본문이었는데, 묵상할수록 그 뜻이 깊어서 결국 암송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빌립보서 2장의 ‘그리스도 찬가’가 그 지하철 열차 안에서 떠오르며, 내 마음의 눈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바로 그 때 섬광처럼 다섯 가지가 마음속에서 떠올랐다.

첫째, 예수님도 나처럼 억울하게 죄인으로 매도당해 죽임을 당하셨구나.

둘째,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셨지. 그럼 나도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사람들을 위해 그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셋째, 하나님은 그 예수님을 죄 없다, 의롭다 하시고 죽음에서 부활시키셨지. 그처럼 나도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든 아니면 죽은 후에든 “너는 죄 없다, 의롭다” 하시고 나의 짓밟힌 명예를 다시 살리시면 그것으로 족하다.

넷째, 나를 부당하게 인신공격하는 데 동참한 그 분들처럼 나도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인신공격해서 그 사람을 좌절시킨 적은 없는가? 이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섯째,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만날 때, 이제 내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그 심정을 알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겠다.

이 생각들은 지하철에서 그리스도 찬가를 묵상하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 아주 짧은 시간에 든 생각들이었는데, 그 순간 하늘의 평화와 기쁨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복잡한 지하철 열차 안에서, 내 마음은 평화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순식간에 변화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의 진리가 전에는 머리로 이해되었다면 이제는 가슴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 십자가의 도를 가슴으로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나를 억울하게 만든 그 분들이 고맙게까지 생각되었다. “그 분들 덕분에 이제 내가 십자가의 도에 사로잡히게 되었구나.”

그 전날까지 정의의 칼을 휘둘러 그 분들의 거짓을 폭로하여 이제는 거꾸로 그 분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그 대신 짓밟힌 내 명예를 되찾는 일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정의의 칼을 버리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따르자고 마음을 확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 가운데 유독 집요하게 나를 인신공격한 분에 대해,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분이 왜 그토록 나를 공격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내가 그 분에게 잘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성찰했다. 그리고 그 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낱낱이 말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 분이 그 동안 내게 잘못한 것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 잘못들뿐만 아니라 그때 나를 인신공격해서 사역의 중요한 계획을 좌절시키고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죄까지 모두 내가 이미 그 분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분은 마지막에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 분은 나에 대한 인신공격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나에 대해 유포된 부정적인 말들은 여전히 살아서 돌고 돌아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고 희년 사역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처럼 말이란 참 무섭다. 사람을 죽이는 말은, 그 말을 한 사람이 나중에 회개한다 하여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살아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퍼져서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죽인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험담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한 선교사님이, 그 분도 억울한 일을 많이 겪은 분이신데,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교사는 갑이 아니라 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온갖 갑질을 당하고 있는 을의 심정을 알고 선교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을에게 선교할 수 있다. 선교사는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목회할 수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선교사의 필수 코스이다.”

그 선교사님의 말씀은 비단 선교사들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된다. 억울하게 고난당할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초점을 맞추고 예수님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하늘의 위로가 임하여 분노가 사라지고 평화가 넘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원수 사랑의 길로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눅 6:27-28, “27.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28.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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