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하나님과 5.18 - 1980년 광주의 성령강림절
  글쓴이 : 박창수 날짜 : 21-05-23 23:54     조회 : 418    
성령 하나님과 5.18 - 1980년 광주의 성령강림절

오늘은 성령강림절이다. 41년 전인 1980년의 성령강림절은 5월 25일(일)이었다. 5월 18일(일)부터 27일(화)까지 열흘 동안 있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의 두 번째 주일이었다. 이 날은 계엄군이 시민군에 의해 광주 외곽으로 물러난 5월 21일(수) 밤으로부터 처음 맞는 주일이기도 했다. 이 날에 대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중항쟁의 기록』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어느 정도 질서를 회복해 가고 있었다. 시장과 상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외곽지역에서는 경운기로 실어 온 채소가 시내에 공급되고 있었다. 고아원과 사회복지단체에 대한 식량 배급은 시청 직원들의 지원에 의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되고 있었다. 슈퍼마켓이나 구멍가게에서는 사는 쪽이나 파는 쪽 모두가 사재기를 방지하려 노력했다. 담배도 한 갑씩밖에 팔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항쟁 기간 처음 며칠 동안 엄청나게 밀려들어온 부상자들 때문에 피가 모자라서 곤란을 겪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헌혈하려는 시민들이 쇄도하여 혈액원마다 피가 남아돌 만큼 되었다. 전기와 수도, 시내 전화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상 없이 공급, 가동되었다. 은행이나 신용 금고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군들에 의해 시민에게 일어난 폭력 사건은 전혀 없었고, 평상시 정부의 통제 아래 있을 때보다도 범죄율이 훨씬 낮았다. 만약 사소한 사고라도 범죄가 발생하면 도청에서 대기 중인 시민군 순찰대에 의해 즉각 체포되어 도청 조사부로 넘겨졌다. 행정·치안 관청이 완전히 철수한 가운데서 시민들이 보여준 경이로울 정도의 도덕심과 자율성은, 시민들의 피로 찾은 자유와 해방을 지키려는 긍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국 기자들은 이상하리만치 질서정연한 광주시민들의 생활을 목격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도청 수습위원회나 YWCA에 모인 청년 학생들에게 각 종교 단체와 동 단위로 10만원에서 2백만 원까지 계속해서 성금이 모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도청 안에 있는 시민군과 지도부 3, 4백 명의 식사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밥을 지어 나르다가 항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여러 동네 단위로 식량을 거두어 보내기도 했고 모금된 돈으로 반찬거리를 사보내기도 했다.”(184-185쪽).

이처럼 1980년 광주의 성령강림절은 시민들의 자치(自治)에 의해 피(헌혈)와 돈(성금)과 밥(주먹밥)을 나누며 서로 돕는 ‘대동 세상’이 구현된 날이었다. 2천 년 전 예루살렘에서 성령 강림에 의해 초대 교회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코이노니아(교제)가 이루어진 일이 있었는데, 이런 비슷한 일이 광주라는 세속 사회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질문을 갖게 된다. 이때 광주에서 이루어진 대동 세상과 성령 하나님의 역사는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없는 것인가?

나는 이에 대해 관계가 있으며, 그것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성령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1-2). 성령 하나님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며 천지를 창조하셨다.

또한 성령 하나님은 사람과 동물이 태어나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주의 영을 보내어 그들을 창조하사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시 104:30). 성령 하나님은 사람의 아기들과 동물의 새끼들을 창조하사 지면을 새롭게 하신다.

요컨대 성령 하나님의 사역은 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령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아기들과 동물의 새끼들을 창조하신다. 이처럼 성령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시간적 측면에서는 태초부터 종말까지, 공간적 측면에서는 지구적 차원을 넘어 우주적 차원을 갖는다. 그럼 이와 같은 선(先)이해를 갖고 성령강림에 대한 다음 말씀을 보자.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사 42:1-4).

하나님이 성령을 여호와의 종에게 주신 결과, 그 여호와의 종이 이방에 정의를 베풀게 된다(1절). 그는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3절),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를 것이다(4절). 한마디로 성령은 정의의 영이신 것이다. 그런데 성령 하나님이 세상에 세우시는 정의는 ‘시끄러운 정의’가 아니라,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세워지는 정의이다. 또한 성령 하나님이 세우시는 정의는 ‘무자비한 정의’가 아니라,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는 가운데 세워지는 정의이다.

그런데 1980년 성령강림절에 광주에서 이루어진 정의는 시끄러운 정의도 아니었고 무자비한 정의도 아니었다. 광주에서 피(헌혈)와 돈(성금)과 밥(주먹밥)을 나누며 서로 돕는 ‘대동 세상’이 구현된 방식은, 권력자가 총칼로 위협하면서 시끄럽게 요구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우러나온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너도나도 동참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부상자를 위한 수혈과 사망자의 장례와 시민군의 배고픔을 외면한 채 메마른 민주화 구호만 외친 것이 아니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부상자와 사망자와 시민군을 위해 자기 피와 돈과 밥을 나눔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곧 1980년 성령강림절에 광주에서 이루어진 정의는, 다른 사람들을 강제로 시키기 위해 시끄럽게 요구하면서 이루어진 정의가 아니라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곧 스스로 우러나온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너도나도 동참하여 이루어진 정의이자,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부상자와 사망자와 시민군을 위해 자기 피와 돈과 밥을 나눔으로써 이루어진 정의였다. 따라서 1980년 성령강림절에 광주에서 이루어진 정의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에 역사하셔서 광주 시민들이 스스로 우러나온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동 세상을 이루게 하시면서 민주화라는 정의를 위해 헌신하게 하신 것이다.

요컨대, 성령은 창조(創造)의 영이시자 생명(生命)의 영이시다. 따라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을 살상한 계엄군은 성령 하나님의 생명 창조의 역사에 정면으로 반역한 역도(逆徒)의 무리들이었다. 폭도는 광주시민들이 아니라 바로 계엄군과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전두환 일당이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광주시민들은 부상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러 그 유가족을 위로하고 배고픈 시민군들을 먹이기 위해 자기 피와 돈과 밥을 나눈 ‘생명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또한 성령은 정의(正義)의 영이시자 자원(自願)의 영, 자비(慈悲)의 영이시다. 신군부는 총칼로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권력을 찬탈함으로써 불의를 자행한 무리들이었다. 이에 반해 광주 시민들은 성령 하나님의 역사로 자원하여 자비를 실천하는 가운데 나라의 민주화라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헌신한 ‘자비와 정의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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